도서분류 역사, 문화 / 한국사 / 개화기
도 서 명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지 은 이 김태환, 이미현, 차선일, 김영순, 서종원, 임선숙, 이영수, 김민지, 이영주, 염원희
출 판 사 채륜서
정 가 14,800원
발 행 일 2014년 11월 20일
상세정보 반양장, 248쪽, 신국판(153m/m×225m/m)
I S B N 979-11-85401-05-8 03380
근대 조선의 풍경을 담은 열 가지 이야기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는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조선의 풍경을 총 열 가지의 주제로 이야기한다.
‘조선’이라고 하면 우리에게는 왠지 까마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불과 100~200년 전임에도 말이다. 이는 현대 한국 사회와 생활양식이나 문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 이런 급격한 차이가 생기게 된 시점은 도대체 어디쯤이었을까? 이 책은 바로 이 시기에 주목한다.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변혁의 시기를 거치면서 찾아온 사회적 변화, 그리고 그 때문에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순간을 포착하여 이야기를 더했다.
이 책에는 현대를 이루는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어디에서 오고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총 열 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즉 전통의 것에서 벗어나 현대 생활양식을 이루게 된 문화의 변화를 살피는 이야기인 것이다. 또한, 우리에게는 당연시되는 현대문화가 전통과의 단절이 아니라 우리의 옛 전통문화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욕망이라는 늪에 빠진 사람들
이 책의 첫 번째 장은 〈욕망의 늪에 빠진 근대〉라는 제목으로 시작된다. 욕망, 욕구 그것은 인간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오히려 인간을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한다. 이것이 욕망이 가지는 양면적 성질이다. 이런 의미를 생각하며 우리는 근대에 욕망이 어떤 방향으로 발현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첫 장을 열 수 있다.
첫 장에서는 근대 신문물의 유입과 함께 생겨난 새로운 미적 기준, 그리고 그 기준에 충족하는 모습이 되길 원했던 근대 조선인의 모습을 그렸다. 더불어 ‘성병’이라는 탁류가 흘렀던 또 다른 일면도 함께 살펴보았다. 자연스러운 사회 변화이든, 일제의 철저한 계획에 의한 것이든 ‘욕망’이라는 늪에 빠진 당시 모습을 이야기하는데, 읽다 보면 현대 사회와 일맥상통하는 점 역시 가볍게 지나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른와 아이의 놀이 문화
두 번째 장은 ‘놀이’를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통해 근대의 새로운 놀이 문화가 가진 의미를 살펴보고 서양식 장난감의 등장과 함께 일어났던 여러 일화를 다루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어른들의 놀이(라고 하기에는 아픈 역사이지만)인 ‘미두’에 얽힌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피기도 한다.
그럼 왜 이 장에 〈놀이의 이중성〉이라는 제목을 달았을까? 이는 놀이의 이면까지 함께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순수하다 해도, 때로는 그 뒤에 부모의 수많은 고민이 함께할 때도 있다. 또한, 어른의 놀이라는 것은 지금도 그러하듯 부정적인 결과를 함께 동반하는 것이 많기에 자연스레 놀이의 뒤에는 고통과 고민이 자리한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나 시대적인 특성을 고려하면 당시의 놀이란 것은 급진적인 사회 변화의 산물이자, 때로는 숨은 ‘의도’가 포함된 가볍지만은 않은 것이었다.
‘만들어진’ 전통, 현대 한국인의 풍속
12월이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를 떠올린다. 종교가 있든 없든 서로 카드나 선물을 주고받고 트리를 장식하며 조금은 들뜬 기분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런 크리스마스가 먼 옛날부터 내려온 전통 풍속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그럼에도 우리는 당연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날을 즐기고 있다. 새로 들어온 문화가 마치 ‘우리 문화’인 것처럼 자리 잡아 버린 것이다.
마지막 장인 〈신풍속의 탄생〉에서는 이런 새로운 문화 때문에 급변하는 조선인의 생활을 그려냈다. 크리스마스는 물론, 어린이날과 꽃놀이, 현대의 결혼 문화가 어떻게 조선에 뿌리내리게 되었는지, 당시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나는데, 현대의 풍속과 닮아 있는 그 모습이 참 신기하다. 즉 현대 한국인의 풍속은 근대에 들어온 신문화와 전통문화가 만나 탄생한 것으로 이것이 조선 사회에 정착하여 현대 한국 사회에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전통’이 된 것이다. 이로써 현대인인 우리의 풍습이 전통사회와 단절된 문화가 아닌 그 연장선상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글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지은이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은 2005년부터 9년 동안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의 신문과 잡지 등 대중매체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책을 출간했다. 그러다가 문득 지금까지 연구하며 알게 된 근대의 모습을 좀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해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싹텄다. 이 책은 이런 소박한 계기로 출발하였다. 한 번쯤 향유해 보았을, 혹은 관심을 가졌을 주제를 통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소소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는 책이 된다면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부디 이런 작은 바람처럼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이 흥미롭게, 그러면서도 유익하게 다가가기를 바란다.
김태환
이미현
차선일
김영순
서종원
임선숙
이영수
김민지
이영주
염원희
근대 조선의 풍경을 엿보기 전에
조선 풍속기, 하나_ 욕망의 늪에 빠진 근대
패션 2030, 근대 조선의 의생활_ 김태환
근대, 아름다움의 독을 바르다_ 이미현
성병에 감염된 식민지 조선_ 차선일
조선 풍속기, 둘_ 놀이의 이중성
어린이, 놀이의 주체가 되다_ 김영순
장난감, 아이를 웃기고 어른을 울리다_ 서종원
일확천금의 신기루, ‘미두’_ 임선숙
조선 풍속기, 셋_ 신풍속의 탄생
족두리에서 면사포까지, 근대의 새로운 혼인풍경_ 이영수
경성의 밤하늘 사쿠라로 물들다_ 김민지
어린이날이라 쓰고, 해방의 꿈이라고 읽다_ 이영주
新명절 ‘크리스마스’의 한국 정착기_ 염원희
참고한 자료
양복장도, 돈도 없어서 봄이 오면 겨울옷을 전당포에 잡히고 춘추복을 찾아 입고, 겨울이 되면 춘추복을 전당포에 잡히고 겨울옷을 찾아 입던 샐러리맨의 생활고를 전해준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곤궁한 경제사정을 견디고 있는 현실에서 마치 영화배우나 된 양 사치스럽게 꾸민 모습이 곱게 보일 리가 없다.
- P. 28
결혼식에 소요된 비용은 현재 가치로 약 30억 원. 이렇게 입이 떡 벌어지는 돈을 투자해 결혼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결혼식의 주인공은 바로, 당시 ‘미두왕’으로 불리던 반복창과 조선 제일의 미녀로 평가 받던 김후동이었다. 이 결혼식은 온전히 반복창의 재력으로 치러졌다.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그는 결혼식 당시, 조선에서 손꼽히는 갑부의 반열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가 한꺼번에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의 부를 거머쥐게 된 것은 당시 조선의 투기꾼들을 요동치게 했던 ‘미두시장’에서였다.
- P. 124
명성왕후는 서양의 정치와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릴리아스를 불러 이것저것 묻곤 했는데, 그런 호기심의 대상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였다. 그녀는 크리스마스의 기원과 의미를 묻거나, 이날 어떤 걸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했다. 이런 명성왕후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고 싶었던 릴리아스는 1884년 크리스마스가 끝난 직후에 궁 안에 트리를 만들기로 계획한다. 물론 왕과 왕비부부에게는 비밀이었다.
- PP. 22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