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분류 에세이/한국에세이
도서명 소설가의 농담
저자명 김준녕
출판사 채륜서
정가 14,000원
발행일 2021년 11월 11일
상세정보 반양장, 256쪽, 4×6판 변형(125×180mm), 높이(15mm)
ISBN 979-11-85401-65-2 (03810)
책 소개
‘글 쓰는 이’로 이 세상의 퍼즐 한 조각이 된다는 건
김준녕이 쓴 고품격 농담집
고품격 농담집이라니, 이토록 안 어울리는 조합은 또 뭔가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실이다. 실없는 말이라고 넘기기엔 날카로운 통찰력에 뼈가 아프고 정색하고 읽기에는 왠지 실실 웃음이 난다. (진짜 웃음일지도 혹은 실소일 수도 있다)
작가는 이 책을 ‘소설이 되지 못한 자신의 파편’이라 칭한다. 웃자고 하는 소리라며 여러 번 강조하는 만큼, 문장엔 재치가 넘치지만 속뜻은 묵직하다. ‘글 쓰는 이’의 삶이 궁금하다면 혹은 ‘글 쓰는 이’ 시선에 걸린 이 세상이 궁금하다면 읽어 봄직하다.
농담의 공식, 몸부림에 가까운 농담들, 구원을 가장한 농담들, 쓰는 농담들, 너와 나의 농담들, 미래의 농담들 이렇게 여섯 장으로 나누고서는, 책 속 모든 글을 절대 기억하려 하지도, 담아두려 하지도 말고 그냥 흘려버리라 말한다. 농담은 도덕의 습기를 먹고 자라니 농담을 던질 때 유의하라는 당부도 서두에 잊지 않는다.
출판사 서평
“여기 적힌 글들은 소설이 되지 못한 저의 파편들입니다”
소설가가 던지는 쓰디쓴 농담들
김준녕 작가가 새 단상집을 출간했다. 진솔한 사랑을 말했던 《사랑에 관해 쓰지 못한 날》 이후 두 번째 단상집이다. 사실 그는 《주인 없는 방》, 《번복》, 《낀》 등 다수의 작품을 쓴 소설가이다. 그의 소설은 삶을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과 청춘의 고민이 오롯이 담긴 문장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왜, 소설가로 호평받던 그가 에세이를 쓰는 데 몰두해 있을까?
‘작가의 말’에서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연유를 살짝 엿볼 수 있다.
“이처럼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희생을 필요로 합니다. 소설가는 가진 게 자기 자신뿐이라, 자신을 바쳐야만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주 지독한 등가교환입니다. (중략) 그런데 문득, 그런 세상이 담긴 책을 팔러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면서 의심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은 가짜다.’ 돌풍 앞에 놓인 촛불처럼 세계는 저의 의심 한 번에 사라졌습니다. 작가가 아니라, 세일즈맨에 가까워지면서 소설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한동안 제 소설이 무가치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현실은 책이 아니라, 그 바깥에 있는데, 제가 왜 소설을 써야 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소설가의 농담》은, 그가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됨과 동시에 탄생했다. 작가는 여기 적힌 글이 소설이 되지 못한 자신의 파편들이며, 동시에 웃자고 하는 소리들이라고 덧붙인다. 웃는 것이 우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말에, 왠지 체념과 슬픔의 감정이 전해진다.
《소설가의 농담》이란 제목에 맞게, ‘글 쓰는 이’의 시선에 비친 세상, ‘글 쓰는 이’로 살아가며 겪은 감정이 주를 이룬다. 웃긴 농담부터 슬픈 농담까지 갖가지 이야기를 농담의 공식, 몸부림에 가까운 농담들, 구원을 가장한 농담들, 쓰는 농담들, 너와 나의 농담들, 미래의 농담을 이렇게 여섯 장에 나누어 담았다. 툭툭 던지는 문장에는 재치가 넘치지만 속뜻은 아주 묵직하다. 실없는 말이라고 넘기기엔 날카로운 통찰력에 뼈가 아프고 정색하고 읽기에는 왠지 실실 웃음이 난다.
가끔은 실소가 터진다. ‘웃픈’ 상황이 남일 같지 않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순간도 온다. 같은 ‘글 쓰는 이’의 입장이라면, 혹은 이 시대를 사는 청년이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벽에 공감하며 격분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책 속 모든 글을 절대 기억하려 하지도, 담아두려 하지도 말고 그냥 흘려버리라 말한다. 혹시 기분이 나쁘다면, 허공에 자신의 욕이라도 시원하게 하라는 대안도 제시한다. 값을 치렀으니, 응당 그 정도는 해도 된다고.
이 책의 글이 ‘소설이 되지 못한 자신의 파편들’이라면, 본래 그는 소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소설가로서 자신을 바쳐 만들고 싶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가 던지는 무심한(어쩌면 시니컬한) 농담을 보고 있자니, 입맛이 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그리던 세상이 더욱 궁금해진다. 언젠가 깨달음에 도착하는 그때가 되면 괜찮은 소설 한 편 들고 찾아오겠다고 하는데…. 그가 다시 소설을 쓸 수 있는 그날이 얼른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 농담은 도덕의 습기를 먹고 자란다고 한다. 그러니 어떤 농담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유의하라는 작가의 당부를 기억하면 좋겠다)
저자 소개
김준녕
소설 《주인 없는 방》, 《번복》, 《낀》, 단상집 《사랑에 관해 쓰지 못한 날》을 썼다.
매일 하루의 절반은 글을 준비하고, 나머지 절반은 글을 적으며 보낸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도 당신과 함께할 가벼운 문학을 소망한다.
차례
01 농담의 공식
주의 / 농담 / 농담의 공식 / 우롱차 / 펀치라인 / 베스트셀러 / 쉼표 / 테라포밍 / 글감 / 진화 / 인간 진화론 / 짐승 / 고품격 헛소리 / 두 막대기 그리고 삼각형 / 참수 / 최대한 솔직하게 / 사념 / 민담 / 용기 / 패러다임 / 후원 시스템 / 피보나치 / 정답 / 체인지 / 마술적 사실주의 / 철 / 희생 / 드라마와 논설 / 저장 강박 / 잘 팔리는 것 / 제목 / 시와 소설 / 시와 소설. 2 / 안톤 체호프의 총 / 독자讀者 / 로그라이크Roguelike
02 몸부림에 가까운 농담들
방향 / 앵무새 죽이기 / 버리는 삶 / 애린 왕자 / 인스턴트 러브 / 작가로 살아남기 / 작가 노트 / 사실은 / 영이 아니라 녕 / OK! COMPUTER / 사업과 예술 / 룸펜 / 룸펜. 2 / 룸펜. 3 / 게스트하우스 / 게임과 스토리 / 독毒 / 도전 / 죽은 가치 / 죽은 가치. 2 / 자기계발서 / MONEY FLOW / 사양 산업 / 미래 철학 / 영원불멸
03 구원을 가장한 농담들
구원 / 구원. 2 / 노동의 종말 / 유전자 / 의식 / 유전자와 의식 / 늙은 사회 / 어쩌면 만약에 / 레트로 / 교과서 문학 / 교과서 문학. 2 / 기만 / 영어 / 의미 / 영감 / 시뮬라르크 / 출산율 0 / 부자들의 전유물 / 복수심 / 출산율 0. 2 / 디벨롭Develop, 디벨롭 / 펑크! 와 사이버! / DOPE / 피에타 / 피에타. 2 / 피에타. 3
04 쓰는 농담들
논란 / 쇼핑 / 책을 필사하는 쥐들 / 작가의 벽 / 작가의 벽. 2 / 조이트로프 / 미세먼지 / 화풍 / 한국문학계 / 이름 / 심즈에서 시뮬레이터까지 / 무지렁이 / 지루한 고백 / 포르노 / 포르노. 2 / 글쓰기의 최전선 / 긴장 / 김환기 / 정전 / 갈무리 / 만들어진 위험 / 성난 자들 / SF 앤솔로지 / 안전가옥 / 구조 없음 / 힙HIP / 신 / 신. 2 / 시뮬레이션 세계
05 너와 나의 농담들
감정 / 관계 / 관계. 2 / 관계. 3 / 소음 / 해답 / 비극 / 시에스타 / 튀김 / 청유형 어미 / 숙취 / 죽음의 이유 / 방울 / 글쟁이 / 소설가 윤리 / 소설가 윤리. 2 / 앵무새 / 앵무새. 2 / 현대 미술 / 바이럴 / 늦은 시간, 커피 / 3월 / 생각에 대한 단상 / 한량 / 협동 / 이어폰 / 조명 / 조명. 2 / 고양이 / 허리 / 커피와 담배의 상관관계
06 미래의 농담들
Paranoid Android / 마법과 인공지능에 대한 단상 / AI / AI와 시뮬레이션 세계 / 좀비 / 좀비. 2 / 좀비. 3 / 우리, 사이보그 / 러브 데스 로봇 / 말꼬리
작가의 말
책속으로
그러니까, 여기 적힌 글들은 소설이 되지 못한 저의 파편들입니다.
동시에 웃자고 하는 소리입니다.
웃으면 세르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니 우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호르몬 파티에 둥둥 떠다니다 보면, 수도승처럼 언젠가 단박에 뇌에 전기 신호가 치면서 깨달음에 도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작가의 말〉에서
오룡차의 인기가 높아지자, 대만에서는 비슷한 청차를 우롱차라 부르며 세계에 수출했다. 그렇게 우롱차는 청차 그 자체가 되었다.
나도 이 예시를 받아들여 가명을 하나 만들까 싶다.
하루키가 아니라 하로키로,
김영하가 아니라 김일하로,
정세랑이 아니라 정새랑으로.
물론 웃자고 하는 소리다.
- 〈우롱차〉에서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기까지 많은 포기가 필요했다. 돈, 권력, 건강, 그리고 안정된 삶부터 결코, 누구 하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 기회까지.
이렇게 포기해서 얻은 것은 단 하나.
쓰는 자유였다.
- 〈룸펜〉에서
작가는 씀의 계율 아래에 산다. 빛이 존재하기 전에 말씀이 있었다. 말씀에 따라 세상은 순식간에 만들어지고, 무너진다. 인류사는 하나의 긴 문장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죽을 때마다 쉼표가 문장에 남게 되고, 비로소 죽은 이는 끝 없는 전체의 온전한 ‘일부’가 된다.
- 〈쉼표〉에서
자기 테러를 신의 부름이라 말하며 웃는 테러리스트와 아무렇지 않게 경제 원리를 말하며 가난한 자의 돈을 빼앗는 부자들은 니체의 세상에서 위버맨쉬의 지위를 가진다.
나는 니체의 철학이 두렵다.
잘 드는 칼은 고기를 썰기도 하지만, 자칫 사람을 찌르기도 한다.
- 〈미래 철학〉에서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풍족함의 시대다. 삼시 세끼를 굶지 않아도 되고, 정보들을 무료로 쉽게 습득할 수 있으며, 정부는 시민들에게 순응하라며
총을 들이밀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는 풍족한가? 그리하여 우리는 행복한가? 정말 그러한가?
- 〈디벨롭Develop, 디벨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