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분류 정치·사회/사회학/여성·젠더/여성학/페미니즘
도서명 영화로 읽는 페미니즘 역사
저자명 조현준
출판사 채륜
정가 13,300원
발행일 2021년 9월 10일
상세정보 반양장, 216쪽, 신국판(152×225mm), 높이(14mm)
ISBN 979-11-90131-09-4 (03330)
책 소개
스크린에 비친 세상 속, 여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다
페미니즘 역사는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쯤 흘러왔는가?
영화를 통해 페미니즘 역사를 살펴보는 책. 이제 막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입문서다.
이 책은 페미니즘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흐름을 정리한다. 또한 지금의 젠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도 모색해본다. 입문자에게 페미니즘 역사는 어려운 분야일 것이다. 하지만 페미니즘의 본원적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데 역사 공부는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입문자의 부담을 덜기 위한 매개체로 영화를 사용했다. 잘 알려진 작품들이라 쉽게 접근 가능하며, 서사에 녹아든 시대별 여성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영미와 한국을 나누어 설명하면서 페미니즘 세대별 특성을 대표할 만한 영미 영화 네 편, 국내 영화 네 편을 분석하는 구성을 취했기에, 서구와 한국의 흐름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궁극적으로 페미니즘 물결이 거대한 파도처럼 굽이쳐 흘러왔고 이 순간에도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향해 굽이쳐 흐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출판사 서평
타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지금, 페미니즘의 본원적 의미를 생각해야 할 때
잠잠하다 싶으면 수면으로 떠오르는 사회적 이슈,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을 말하다 보면 온라인상 갑론을박의 장이 펼쳐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고, 남녀 간 마구잡이로 던져대는 막말은 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에 피로나 공포를 느끼는 사람도 생겼다. 페미니즘의 사전적 의미에는 성별을 가르는 뉘앙스 하나 찾을 수 없는데, 페미니즘은 어쩌다가 젠더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 걸까?
이런 때일수록 페미니즘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공부가 필요하다. 페미니즘의 물결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쯤 와 있는지, 또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 생각해야 한다. 참고로 이 책에서는 페미니즘 역사 속 각 시대별 흐름을 ‘물결’로 적고 있다. 페미니즘을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커다란 조류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물결’ 대신 ‘세대’로 바꾸어 불러도 큰 문제는 없다.
서구의 페미니즘은 크게 19세기 말부터 1950년대까지를 제1의 물결,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를 제2의 물결 그리고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제3의 물결로 단계를 구분한다. 한 세기가 훌쩍 넘는 역사다.
반면 한국 페미니즘 역사는 반세기가 조금 넘는다. 완전히 합의된 결론에 다다른 건 아니지만 대략 1970년대부터 2000년대를 제1의 물결, 201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를 제2의 물결로 본다. 한국은 해방과 함께 여성의 참정권을 얻었기 때문에 참정권 투쟁을 하던 서구 제1의 물결 단계가 생략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한국 페미니즘이 어떻게 서구의 제2, 3 물결을 수용하고 변용했는지 이 책을 통해 비교도 가능하다.
한국 페미니즘 제1의 물결이 지식인을 중심으로 위에서 시작된 운동이라면 제2의 물결은 대중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온라인을 적극 활용해, 페미니즘을 대중적으로 재도약하게 만들었다는 성과가 있지만 반대로 여러 집단에서의 성 평등 인식, 젠더 평등 지수는 오히려 떨어지기도 했다. 남성은 자신을 잠재적 가해자로 본다는 범죄적 시선에 분노했고 여성은 교육받은 이론과는 달리 개선되지 않은 현실의 불평등에 분노했다. 차별은 차별을 부르고 혐오는 혐오를 부른다. 타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페미니즘 이슈에 피로 혹은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생기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보편적 평등을 지향한다. 따라서 본원적 의미의 페미니즘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질 이유는 전혀 없다. 지금의 젠더 갈등을 해결할 힌트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남녀 이분법이 아닌 인간이라는 보편성 말이다. 남성과 여성의 권리와 의무를 분리하고 각각 다른 권리와 의무를 지는 ‘이원적 평등’보다는,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전제에서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보편적 평등’을 생각할 때다. 페미니즘의 본원적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페미니즘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영화를 통해 쉽게 이해하는 페미니즘 역사
여성의 위치는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하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제 막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 책은 입문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매개체로 영화를 사용했다. 페미니즘의 큰 흐름을 물결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물결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영화 속에 한 걸음 들어가 살펴보는 것이다. 잘 알려진 작품들이라 쉽게 접근 가능하며, 서사에 녹아든 시대별 여성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각 물결의 특성을 대표할 만한 영미 영화 네 편, 한국 영화 네 편을 분석하는 구성을 취했기에, 서구와 한국의 흐름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페미니즘을 정의하고 페미니즘의 본원적 의미를 상기하여 오해와 편견을 풀고자 한다.
2장에서는 영미 페미니즘이 시작된 배경과 시대별 물결의 특징을 설명한다. 각 물결 단계에 맞는 영미 영화 네 편을 골라 역사와 접목한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3장에서는 한국 페미니즘이 시작된 배경과 시대별 물결의 특징을 설명한다. 2장과 마찬가지로 각 물결 단계에 맞는 한국 영화 네 편을 골라 역사와 접목한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영미의 페미니즘이 한국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수용되었는지도 살핀다.
4장에서는 앞 장에서 알아본 페미니즘 물결을 통해 한국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또한, 페미니즘이 지향했던 근본적 가치를 되새기며 젠더 갈등을 완화할 미래의 대안을 모색하며 마무리한다.
페미니즘 역사를 공부한 이후의 우리는, 궁극적으로 페미니즘 물결이 거대한 파도처럼 굽이쳐 흘러왔고 이 순간에도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향해 굽이쳐 흐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조현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젠더 이론가인 주디스 버틀러 전문 연구자이며, (사)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운영위원을 지냈고 현재는 한국비평이론학회 학술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젠더는 패러디다》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그리고 젠더 감수성을 키워주는 ‘젠더 입문서’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가 있다.
함께 쓴 책으로는 《페미니즘의 개념들》 《페미니스트 정신분석 이론가들》이 있고 《젠더 트러블》 《젠더 허물기》 《써커스의 밤》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는 남성과 여성을 떠나, 누구나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누리는 사회가 오기를 바라며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차례
책을 펴내며
1장 페미니즘이라고? 휴머니즘을 소환하라!
2장 영미의 물결
페미니즘 물결의 시작점은 어디인가?
여성도 동등한 권리를 원한다: 〈서프러제트〉
삶의 결정권은 나 자신에게 있다: 〈시카고〉
나는 나다울 때 가장 빛난다: 〈아이 필 프리티〉
너도나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 〈캡틴 마블〉
3장 한국의 물결
우리의 페미니즘은 어떤 성격을 가졌는가?
내 꿈을 다른 사람이 대신 이룰 수는 없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여성에게도 성적 자유가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파이를 갖는 건 유능한 개인이다: 〈아내가 결혼했다〉
달려봤자 제자리인 현실 앞에 서다: 〈82년생 김지영〉
4장 계속 물결치다
책속으로
여성 차별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지금의 대중 페미니즘 가져온 가장 뛰어난 성과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의 일환인 미러링은 기존의 언어폭력을 밝히는 효과를 거둔 동시에 그 자체가 언어폭력이 되기도 했다. 여성 혐오가 남성 혐오로 전환되면 혐오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두 배가 된다. 이분법은 이원적 차이를, 차이는 위계를, 위계는 폭력을 낳을 수밖에 없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도 같다.
- 7~8쪽
〈아이 필 프리티〉에 나타난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가 아니다. 오히려 남녀가 각각 자신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살 가능성이다. 남녀가 함께 평등과 자유를 추구하고 기존의 규범이나 전형에 얽매이지 않는 창조적 삶을 개척할 수도 있다.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자다운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나답고 네가 너다우면 된다. 상대를 외부의 규율이나 규범으로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너와 나의 관계는 더 건강하고 아름다워진다.
- 107쪽
이처럼 성별 구분은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흔히 남성은 이성적이고 여성은 감성적이라고 하는데, 이런 이분법 역시 교육과 학습을 통해 굳어진 부분이 많다. 감성이 꼭 이성보다 열등한 것도 아니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공감이나 감정이입 같은 감정적 반응도 윤리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타인에 공감하고 자신도 공감 받을 수 있는 것이 도덕의 기준이 된다는 ‘공감(sympathy)의 원리’를 말한다. 어린 아이가 차에 치일 상황에 놓였거나 노인이 길 한가운데서 폐지 리어카와 함께 엎어졌을 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누군가 몸을 움직여 아이와 노인을 돕는다. 이런 행동은 사실 이성보다 감정에서 비롯된다. 감정은 여성만의 것도 아니지만, 이성보다 열등한 것도 결코 아니다.
- 123쪽
앞서 말했듯이 제1의 물결 페미니즘은 평등하게 교육받고 직업을 갖길 바랐다. 그런데 이렇게 성취한 것을 결혼이라는 현실이 깨뜨리는 것을 보았다.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가 동등한 파트너라는 이상은 아직도 완전히 구현되지 못했지만, 1980~90년대에는 부부 간의 위계가 더 심각했다. 남편과 부인의 관계는 지배자와 피지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상급 파트너와 보조 파트너의 관계 같았다. 한 가정에 한 사람에게만 사회적 성공을 할당한다면, 그것은 가장이자 남편이 누려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1세대 페미니즘이 사회와 가정에서의 남녀 불평등 문제에 주목한 까닭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 155쪽
혐오의 기본 정서는 차이에 따른 차별이다. 내가 너보다 낫다는 우월감도 깔려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차이는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경쟁이 혐오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도 페미니스트다. 소수자가 다수자 때문에 희생되어서는 안된다고, 차이가 그로 인해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 당신도 인본주의적 페미니스트다. 인간 평등의 기본권에 입각한 휴머니스트다.
- 2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