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분류 역사·문화/한국사/역사인물
도 서 명 매천 황현 평전
부 제 명 참지식인
지 은 이 김삼웅
출 판 사 채륜
정 가 18,000원
발 행 일 2019년 8월 10일
상세정보 반양장, 360쪽, 신국판(152mm×225mm), 높이 22mm
I S B N 979-11-86096-99-4 03910
일제 앞에 절개를 굽히지 않고 자결로 항거하다
매천을 통해 생각하는 지식인의 역할과 책임
국망 소식에 자결로써 ‘지식인의 책임’을 다했던, 매천 황현의 삶과 정신을 돌아보는 책.
매천의 ‘절명시’에는 ‘글 아는 사람 구실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그의 유언이자 평생을 지킨 신념 자체였다. 국치 소식에 자결한 것도, 망국을 막지 못한 지식인(글 아는 사람)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었다.
진실과 허구를 밝히는 본분을 잊은 지식인들 탓에 대한제국은 병탄에 이르렀다. 해방된 오늘날에도 이 땅에는 여전히 이웃나라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으며 진실과 양심을 갉아먹는 사이비 지식인들이 정의를 흐린다.
이 책은 지식인의 역할과 책임을 끝까지 다했던 매천 황현의 삶과 정신을 되돌아본다. 이로써 ‘여우 탈’을 쓴 오늘날 지식인 사회에 경종을 주고 지식인의 책임을 생각해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시대의 증언인 황현의 “매천야록” 가운데 중요한 내용을 골라 실어 격동의 역사를 살피는 자료로서의 역할은 덤이다.
다시금 드러내는 일본의 미친야욕
나쁜 역사의 반복을 멈출 수 있을까?
영화 ‘김복동’과 ‘봉오동 전투’가 개봉했다. 해마다 광복절을 앞두면 일제강점기 관련 영화가 더욱 이슈가 되지만, 특히 2019년은 3·1혁명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며 더군다나 아베 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 때문에 관심이 몇 배는 더 뜨거운 것 같다.
아베 정부의 행태에, 나쁜 역사가 반복된다고 있다고 말한다. 제국주의시대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이나 사죄는 전혀 없고 외면하기에만 급급하다. 오히려 원자폭탄을 맞은 ‘피해자 코스프레’ 중이다. 아베 정부의 잘못된 역사관을 뜯어 고치지 않고서는 보복성 (경제)침탈은 계속되고 슬금슬금 대한민국 여러 분야에 마수를 뻗칠 것이라는 건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분명히 위기상황이다. 경술국치도 하루아침에 갑자기 찾아오지 않았다. 그때와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이 모든 경우가 쌓이고 쌓이면 또 다시 국권침탈의 아픔이 찾아오지 말란 법은 없다.
저자는 지식인의 역할이 나라의 운명을 가름할 만큼 중요하다고 한다. 지식인만 깨어 있으면 위정자가 타락해도 국가의 쇠망을 막을 수 있는데, 대한제국 시대의 지식인들은 부패되고 시대의식의 결여되어 무능한 정부를 견제하지 못해 결국 망국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매천과 같은 소수의 지식인이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럼 대한민국의 지식인들은 어떨까? 슬금슬금 침탈의 시동을 거는 일본의 야욕을 조용히 잠재우고 나쁜 역사의 반복을 막을 수 있는 사람들일까?
“글 아는 사람의 구실이 가장 어렵다”
지식인은 진실과 허구를 밝히는 시대의 증인
본분을 잊은 많은 지식인들에게 경종을
매천이 지은 ‘절명시’에는 ‘난작인간 식자인(難作人間 識字人)’이라는 구절이 있다. 즉 ‘글 아는 사람의 구실이 가장 어렵다’는 뜻이다. 자결을 앞두고 지은 이 시는 유언이기도 하지만 그가 평생을 지킨 책임의식의 주제어였다.
국치 소식을 듣고 음독자결한 것도, 지식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무겁게 느꼈기 때문이다. 한 선비의 죽음으로 망국의 국치를 씻기는 어렵고 자결이 유일한 길은 아니었지만 그의 죽음은 큰 울림을 남겼다. 일제강점기 백성들에게 정신적 의지처가 되었고, 기회주의적인 사대주의, 권력지향의 지식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매천은 정말 ‘선비’ 그 자체였다. 특별히 역동적이고 정열적인 삶은 아니었다. 하지만 끝없이 관찰·기록하며 세태를 분석하고 비판해 앞길을 밝히는 등불 같은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의병을 조직해 싸우거나 해외 망명을 결행하지는 못했으나 “매천야록” “오하기문” 등을 통해 격동하는 시대상을 후세에 남기려는 역사의식을 가졌다. 뒤편에 숨어 펜만 굴리는 나약한 지식인이 아니라, 국난을 타개하고자 하는 실천성을 가진 지식인인 것이다.
오늘날에는 문맹이 거의 없어 ‘지식인’이 ‘식자인’과 의미가 같지는 않겠지만, 민중의 선구자임은 틀림없고 책임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 오늘날 지식인은 학자나 작가뿐만 아니라 정치인·언론인·법조인·관료 등 많이 배우고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지도층을 총칭한다. 그런데 그들 중 일부는 배운 학식과 전문성을 불의와 사익추구에 활용한다.
지식인은 비판을 통해 진실과 허구를 밝히는 시대의 증인이라고 하는데, 이들에게는 이것이 없다. 한국의 수구지식인 그룹은 일제 부역자들과 분단주의자들이 역대 독재정권과 결탁하면서 지배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아베 정부를 상대로 ‘이성적 행동’과 ‘자제’만 요구하는 사람들이 대한제국 말기, 시대의식이 결여된 지식인들과 무엇이 다를까?
아픈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매천처럼 지식인이 가진 책임감의 무게와 자신의 본분을 아는, 깨어 있는 지식인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이번 “매천 황현 평전”이 지식인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삼웅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로, 현재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위원,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대한매일신보』(현 『서울신문』) 주필을 거쳐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문화론을 가르쳤으며, 4년여 동안 독립기념관장을 지냈다.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위원, 제주 4·3사건 희생자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친일파재산환수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맡아 바른 역사 찾기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역사·언론 바로잡기와 민주화·통일운동에 큰 관심을 두고, 독립운동가와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인물의 평전 등 이 분야의 많은 저서를 집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필화사』, 『한국곡필사』, 『위서』, 『금서』, 『백범 김구 평전』, 『을사늑약 1905 그 끝나지 않은 백년』, 『단재 신채호 평전』, 『만해 한용운 평전』, 『안중근 평전』, 『이회영 평전』, 『노무현 평전』, 『김대중 평전』, 『안창호 평전』, 『김근태 평전』, 『독부 이승만 평전』, 『안두희, 그 죄를 어찌할까』, 『10대와 통하는 독립운동가 이야기』, 『몽양 여운형 평전』, 『우사 김규식 평전』, 『위당 정인보 평전』, 『김영삼 평전』, 『보재 이상설 평전』, 『의암 손병희 평전』, 『조소앙 평전』, 『백암 박은식 평전』, 『나는 박열이다』, 『박정희 평전』, 『신영복 평전』, 『현민 유진오 평전』, 『외솔 최현배 평전』, 『3·1 혁명과 임시정부』, 『장일순 평전』, 『박재혁 평전』, 『홍범도 평전』 등이 있다.
여는 말
1장 출생과 성장기
2장 구례에 칩거하여 학문 전념
3장 매천 30대의 시문
4장 ‘매천야록’을 쓰다
5장 ‘매천야록’의 인물평
6장 한말 친체제와 비판 지식인
7장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보수적 시각
8장 ‘매천야록’에 나타난 동학혁명기 국내 사정
9장 동학혁명 좌절 후의 내외정세
10장 ‘오하기문’에 나타난 매천의 역사의식
11장 국정개혁안 아홉 가지 제시하다
12장 매천이 40대에 쓴 시문
13장 을사늑약이 강제 ‘조인’되던 날
14장 을사늑약, ‘오애시’ 지어 의열사 추모
15장 망명 접고 의열사들 기려
16장 ‘매천야록’에 의병전쟁 소상히 기록
17장 국치 직전의 행적과 시문
18장 ‘야록’에서 놓칠 수 없는 기사
19장 국치 소식 듣고 음독하다
닫는 말
덧붙이는 자료
주
하지만 그의 죽음은 식민지 백성들에게 한 가닥 의지처가 되 었고, 나약하고 기회주의적인 이 땅의 사대주의, 권력지향의 지식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여전히 ‘여우의 탈 을 쓴 식자’들이 주류가 되어 민족혼과 사회정의, 진실과 양심 을 갉아먹는 참담한 지식인 사회에서, 매천의 길을 찾아가고자 한다.
- P. 11
비판을 모르는 지식인, 비판능력이 없는 지식인은 임포텐스 鼓子이다. 한갓 지식기술자에 불과하다. 도끼날에 향기를 묻히 는 향나무 같은 존재, 매천과 같은 선비가 진짜 지식인이다. 이 런 지식인을 우리는 ‘지성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크라테스 처럼 독배를 마시면서도 진리에 대한 소신과 사실을 왜곡시키 지 않는 사람이 참지식인인 것이다. 매천이나 면암처럼 고난 속 에서도 정론을 편 사람이 진정한 지식이다. 비록 제 몸은 도끼 날을 받아 희생되지만 진리와 정의의 향기를 뿜는 지식인, 이들에 의해 민족혼이 지켜지고 인류문명사가 열렸다.
- P. 335~336
지식인이 그렇다. 독재권력의 횡포를 비판하고 예술·문화·과 학·종교 등 창조적인 역할을 하는 데 백혈구같은 역할, 바다의 염분같은 기능을 해야 하는 것이다.
- P. 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