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분류 한국문학론/한국고전문학/시조/
도 서 명 이야기로 읽는 고시조
지 은 이 임형선
출 판 사 채륜서
정 가 18,000원
발 행 일 2016년 10월 15일
상세정보 반양장, 344쪽, 신국판(152mm×225mm), 높이 21mm
I S B N 979-11-85401-22-5 03810
해석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문학,
고시조에는 이야기가 있다
현대인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고시조를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이야기로 만든 책이다.
고시조에 쓰인 언어는 당연히 요즘말과는 다르다. 그래서 기존의 책들은 어구 풀이를 중점에 두고 현대어로 해석하는 데 몰두했다. 하지만 고시조는 마음으로 느끼는 하나의 문학이다. 참맛을 알려면 단순 해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시조를 지은 배경을 알고 작자의 심상을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고시조를 ‘사랑’, ‘정치’, ‘자연, 풍경 그리고 풍류’라는 세 가지 테마로 분류·선별하여 수록하고 각 시조에 얽힌 사연과 배경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시조를 만나게 되고 작자의 개인적 심상까지 느껴볼 수 있다. 물론 시조를 현대어로 풀어내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어구를 통째로 외울 필요도, 밑줄을 그어가며 사전을 찾을 필요도 없다. 그저 저자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기만 하면 고시조는 더 이상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고시조는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고시조는 작가 개인의 심상을 표현하는 시이다. 그러면서도 당시 역사적·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정몽주의 〈단심가〉나 이방원의 〈하여가〉 같은 시조는, 그것이 쓰인 역사적 사실과 묶어서 생각해야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시조 책들은 어구 풀이를 중점에 두고 현대어로 해석하는 데만 몰두했다. 시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대적 배경은 간략히 설명될 뿐이었다. 하지만 고시조는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문학의 한 종류이다. 고시조의 참맛을 알려면, 그 시조에 담긴 사연이나 시대적 배경, 역사적 배경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시조에 얽힌 사연과 역사적 배경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물론 시조를 요즘말로 풀어내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조를 만나게 되고 시조가 지어진 배경을 알면 현대의 우리가 옛 사람의 개인적 심상까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으니, 고시조를 배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종이와 펜이 아닌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편안한 마음가짐뿐이다.
사랑하다, 나랏일을 걱정하다, 여가를 즐기다!
세 가지 테마로 읽는 우리의 고시조
이 책 “이야기로 읽는 고시조”는 크게 세 가지의 테마로 분류되어 있다. 우리의 수많은 고시조 중 흥미로운 것을 선별하여 엮어내었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현대와 닮은 모습이 많아 재미나다.
먼저 옛 사람들의 ‘사랑’을 주제로 첫 번째 장이 열린다.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이란 감정은 다 똑같은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고 울고 기뻐하고 설레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현대를 사는 우리와 다를 바 없다. 언뜻 생각하면 우리 조상들은 점잔을 빼며 소극적으로 감정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당시의 시조를 보면 사랑 앞에 너무들 솔직하고 오히려 현대보다 파격적이다. 시조 속에 숨겨진 당시 가지각색의 러브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장이다.
두 번째 장은 ‘정치’를 주제로 열린다.
문학 속에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반영시키는 것은 요즘도 흔히 있는 일이다. 지금보다 정치적 의사 표현이 더 자유롭지 않았던 시대, 답답한 마음을 은유적으로 시조에 담아냈을 터이다. 그러니 작품만 보아서는 시조에 표현하고 싶었던 작자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당시의 역사를 함께 살피며, 그것이 시조에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장이다.
마지막 장은 ‘자연, 풍경 그리고 풍류’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예전에는 정치 일선에 있으면서도 풍류를 낚을 줄 아는 그런 여유로움을 가진 선비들이 많았나보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바라보며 그것을 보는 즐거운 마음을 담아낸 작품이 많다. 구구절절 상세한 묘사가 아니더라도 초장, 중장, 종장 세 장 안에 함축적으로 담아낸 작자의 풍류를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장으로, 간접적이나마 옛 사람들의 흥취를 맛볼 수 있다.
임형선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 1987년 《현대시조》를 통해 등단한 이후, 《월간문학》과 부산 MBC에서 주최한 문학상에 당선되었다. 1988년부터 1989년까지는 덕성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출강하여 문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저서로는 1992년 동화집 《컴퓨터 귀신》, 《컴퓨터 유령》(전 3권)이 있다. 16년간의 절필 후 2014년 《시조의 이해》를 출간하고, 2016년 《이야기로 읽는 고시조》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현재는 학술서로 ‘사랑’을 주제로 하는 고시조의 원문을 해석하고 집대성한 책과, 고시조를 현대의 ‘러브레터’로 풀어내어 감상할 수 있는 책을 출간 준비 중이다.
더불어 우리 조상들의 얼이 살아 있는 고시조가 외면 받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겨, 어떻게 하면 대중이 고시조에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을지 계속 연구하고 있다.
합동 시집으로 《분이네 살구나무》, 《손톱을 자르며》, 《고학년을 위한 동요 동시집》, 《어린 달과 어울리러》, 《앞서거니 뒤서거니》가 있다.
우리의 고시조를 맛보기 전에
01 사랑
기녀의 무덤 앞에 한탄하며 술을 따른 한량 시인
평양에서의 하룻밤은 따뜻했어라
요조숙녀와 도인
도인과 요조숙녀
웃음거리가 되어버린, 나귀에서 떨어진 남자
고아 소녀의 묏버들에 맺힌 사랑
일편단심
시詩로 주고받은 사랑
사랑이 거짓말이 님 날 사랑 거짓말이
한송정 달 밝은 밤의 경포대에 물결 잔제
사랑이 어떻더냐! 둥글더냐 넓적하더냐
비는 온다마는 님은 어이 못 오는고
02 정치
먹구름이 햇빛을 가리는구나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가
이 몸이 죽어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녹이상제 살찌게 먹여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아희야 고국흥망을 물어 무엇 하리오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은 님 이별하고
백두산에 기를 꽂고 두만강에 말을 씻겨
꽃이 진다하고 새들아 슬퍼마라
철령 높은 봉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가슴 속에 불이 나니 오장육부가 다 타가는구나
당우를 어제 본 듯 소춘풍을 오늘 본 듯
벽오동 심은 뜻은
03 자연, 풍경 그리고 풍류
이화에 월백하고
나비야 청산에 가자
짚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사람의 일은 변함이 있지만 산천이야 변할까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내 벗이 몇인가 하니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고죽 최경창이 쓴 〈송별送別〉이란 한시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아.
말없이 마주보며 유란을 주노라
오늘 하늘 끝으로 떠나고 나면 언제 돌아오랴
함관령의 옛 노래를 부르면 무엇하랴
지금도 비구름에 청산이 어둡나니
고죽 최경창은 홍랑에게 난초를 주며 이처럼 한시를 지어주었어. 홍랑이 묏버들을 주며 시조를 지어주었듯. 한시에는 살아생전 이제는 다시 못 만날 것을 예감한 고죽 최경창의 애타는 심정이 잘 그려져 있어.
- P. 59
이런 홍랑이 아니었다면 고죽 최경창의 작품이 모두 없어지고, 지금까지 전하지 않았을 거 야. 임진왜란. 7년간의 전쟁. 전국토가 왜인들에 의해 황폐화되고, 여자들이 왜인들에 의해 능욕을 당하던 그 시기. 그 긴 기간 동안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어떻게 살아남아 고죽의 작품과 유품들을 고이 간직할 수 있었을까.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고 생각해. 홍랑이 끝까지 지켰던 고죽 최경창의 작품들은 지금 《고죽집》이라는 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어.
- P. 62
풀이
① 초당에 할 일이 없어 거문고를 베고 누워 잠이 들어
② 태평성대를 누렸던 세종조의 시대를 꿈에서나 보려고 하였더니
③ 문 밖에서 나는 어부들의 피리소리가 잠든 나를 깨우는구나
해설을 보니 참으로 한가한 자연의 풍경을 선비가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 거문고를 베고 누워 낮잠을 자는 한가한 선비의 모습을 보는 듯도 해. 하지만 그게 아냐. 이 시조의 작자가 누구야. 스스로 자결한 사육신 중의 한 사람이 아닌가. 그런 사람이 한가한 작품을 지을 리가 없지. 박정희, 전두환 군사 독재 시절 저항시를 썼던 사람들과 같다고나 할까? 시조 원문의 내용을 하나하나 헤쳐 풀어 볼까?
- P. 200
가마귀 검은아 단아 해海올이 희나 단아
황黃새다리 긴아 단아 올희다리 기쟈른아 단아
평생平生에 흑백장단黑白長短은 나는 몰라 하노라
풀이
① 까마귀 검든지 말든지, 해오라기가 희든지 말든지
② 황새 다리가 길든지 말든지, 오리의 다리 길이가 짧든지 말든지
③ 평생에 검고 희고 길고 짧음은 나도 몰라 하노라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어. 당파 싸움으로 500년 세월을 보낸 조선이나 현재의 대한민국이나 똑같아. 현재의 국회도 봐. 똑같은 일을 두고 자기네 당이 추진하면 잘하는 것이고, 다른 당이 추진하면 트집을 잡잖아?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던 거야.
- P. 273